Adonit Jot Pro 첫인상
예전에 사용하던 실리콘 팁의 3M 터치펜이 페인트도 자꾸 벗겨지고 상태도 점점 안좋아지는데다 글씨를 쓸 때마다 고무 문지르는 듯한 뽁뽁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집 앞 영풍문고에 말로만 듣던 Adonit사의 Jot Pro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앞뒤 보지도 않고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단점이 몇가지 있었다고 들었지만 필기감 하나는 정말 괜찮다고 들었거든요.
실리콘팁의 터치펜이 잘 망가지진 않아서 좋긴 한데, 터치 영역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두껍게 되는 것이 단점이라 펜을 사용하면서도 실제로 내가 어디를 터치하고 있는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는 게 영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 제품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정전식 터치 스크린 전용 터치펜과는 달리 생긴 모양이 굉장히 특이한데, 다른 터치펜들이 실리콘 재질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이 펜은 펜 끝에서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플라스틱 디스크를 펜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하기 전에 소문으로만 들었을 때도 굉장히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보니 사실 원리는 별거 아니었습니다.
플라스틱 디스크를 아래에서 보게 되면 십자형의 금속판이 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속에 묻혀있는데, 이게 펜의 금속 촉 부분과 연결되어 정전식 터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긴 순수하게 플라스틱으로만 되어 있었다면 정전식 터치가 아마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네요. 만약 된다면 진짜로 신기했을 것 같지만.
말랑말랑한 실리콘팁과는 달리 플라스틱 디스크와 아주 얇은 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러지기 쉬워 보입니다만, 다행히 돌려끼우는 뚜껑이 있어 약한 부분들을 보호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 리뷰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 펜을 산지 며칠 된 시점인데, 뚜껑을 씌우고 필통에 넣어 막 굴리는데도 펜은 멀쩡히 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뚜껑을 씌워놓으니 미관상 그냥 실리콘 펜보다 훨신 예쁘기도 해 보입니다. 제품 보호도 보호지만, 왠지 정말 ‘펜’이라는 느낌도 들고, 뚜껑이 없는 것보단 훨씬 미려합니다. 펜의 뒤쪽에도 나사가 있어, 펜을 사용할 때는 그 부분에 뚜껑을 돌려 끼우면 됩니다. 나사형이라 빠질 염려도 없고 좋군요.
다만, 이렇게 좋았던 첫인상을 한방에 무너뜨린 게 있었는데,
스크래치입니다. 으어어어어.
물론 좀 사용하면서 플라스틱 디스크 표면이 길이 들고 보니, 지금은 스크래치가 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만, 4만 5천원이나 주고 산 펜이 보호필름을 죄다 긁어놓은걸 봤을 땐 진짜 얼마나 기분이 안좋았는지 모릅니다. 처음엔 진짜 돈 버리고 지뢰밟았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보호필름을 붙이지 않고 사용하던 중이었다면 어땟을 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요.
지금은 길이 들어 이러지 않고, 필기감도 지존급입니다만 플라스틱 디스크의 마감상태가 영 별로였던건지…… 저만 이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썩 좋은 첫인상은 아니었습니다. 실리콘처럼 부드러운 재질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예상을 했어야 했던 걸까요.
다음에는 사용기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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